트렌디한 영어 공부법, ESP 그리고 ESP적인 셀프영어공부법. 영어교육 이야기

어제 올린 조동사 과거형 발음 노하우에 예상하지 못한 댓글이 달렸다.
아마 이런 예상치 못한 반응과 커뮤니케이션이 블로그의 묘미이지 않을까?
그 댓글은 예상하지는 못했지만 충분히 음미해볼 가치가 있는 댓글이었는데, 그 내용을 정리해보자면 아래와 같다.

"영어에는 사회적 지위나 계급에 따른 다양한 발음이 있다. 그 중 학생들에게는 지식인 층의 영어 발음을 가르쳐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영어를 실제로 활용하는 사람들은 전문직 정도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사실 내가 어제 올린 조동사 과거형을 발음하는 노하우가 그 분의 지적처럼 working-class들만의 발음은 아니다.
아마 그 분이 영국에 계신 분이어서 연음(liason)이 많은 미국 발음보다는 상대적으로 연음이 적은 영국 발음에 중점을 두어 생각하신 것 같다.

그러나 저 분의 논리에 대해서는 고민해볼 필요가 분명히 있다.
영어를 가르치는 사람도, 배우는 사람도.

저 분은 철저하게 영어를 외국어로서 인식하고, 그러므로 영어는 개인에게 있어서 제한된 환경에서 제한된 대상에게 제한된 방법으로 활용된다는 점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다.
그러므로 각 학습자는 영어라는 커다란 덩어리 중 필요한 부분에 집중해서 공부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논리는 외국어 교수/학습에서도 유행하는 트렌드이다.

그 트렌드의 이름은 ESP인데 English for Specific Purposes의 약자로 우리 말로는 실무영어 정도로 번역되고 있다.
조금 더 풀어 말하면 각 개인이 영어를 배우는 이유는(특히 외국어로서) 서로 다르기 때문에 각 개인에 맞춘 영어를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흔히 사설 영어학원에서 비즈영어(Bisuness English)라고 하는 것이 ESP의 대표적인 예인데 아마 그 과정에서는 전반적인 영어 실력을 향상시키기 보다 기업 업무나 무역 등과 관련된 어휘, 문법, 말하고 쓰는 법 등을 배울 것이다.
이처럼 ESP에서는 "언어란 사용역(성별, 지위, 교육배경, 상황, 대상 등에 따라서 사용되는 어휘, 문법, 발음, 표현법 등)이 다양하게 분화되어 있으므로, 각 개인의 흥미나 요구에 맞춘 사용역을 가르치는 것이 좋다"는 논리를 적극적으로 실천한다.

ESP는 개인의 요구와 흥미에 맞추어 가르치고 배우기 때문에 그 효과가 크게 나타난다.
무작정 영어를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고, 필요로 하는' 영어를 배운다는 개인적으로 부여된 의미와 유용성이 있기 때문에 동기 부여가 잘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자기 영역(전공이나 직업 등)에서 영어를 쓰는 것이 익숙해지고 탁월해지면서 영어 활용의 성공경험이 늘어나며 자신의 영어에 대한 이미지도 좋아지게 된다.
그 결과 꾸준하게 영어를 공부하게 되어 자기 영역 외에서도 영어 활용이 수월해지는 결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

이 쯤 되면 댓글의 내용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그러나 사실 댓글 내용은 자세 살펴보면 반-ESP적이다.
영어를 직업에서 활용하는 사람들이 과연 전문직 정도로 제한된다는 것이 맞을까?
우리가 소위 전문직이라고 부르는 의사, 변호사, 심리상담가, 건축가의 직업적 영어 활용이 다른 직업군보다 월등히 높다고 할 수 있을까?
오히려 대기업에서 출장 많이 다니는 직장인이 영어를 훨씬 더 많이 쓰지 않을까?
혹은 해외로 진출한 연예인들이 영어를 훨씬 더 많이 쓰지 않을까?
아니면 여행사에 다니는 여행가이드가 영어를 훨씬 더 많이 쓰지 않을까?
호텔에서 일하는 직원은? 명동의 화장품 가게 알바생들이나 백화점 직원은?

아니 아예 직업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우리는 영어를 꼭 직업적 이유에서만 쓰는가?
미드를 보면서 자막 말고 원문 대사를 이해하면서 보고 싶다는 생각해본 사람은 얼마나 많을까?
팝송 들으면서 멜로디에만 취하지 말고 당최 가사가 무슨 말인지 알아듣는 다면 나중에 번역본 보고 좀 덜 놀라지 않을까?

이처럼 개인이 영어를 배우고자 하는 이유는 수백 가지, 수천 가지일 수 있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가르쳐야 하는 영어도 다양해질 것이다.

외국어는 지식인만이 활용하므로 지식인의 외국어를 가르쳐야 한다는 것은 지극히 엘리트주의적인 발상이다.
이러한 발상으로 인해
반대로 ESP는 학생들에게 개별 맞춤식 영어를 가르쳐서 교실 안의 모든 학생이 영어 학습에서 배제되지 않고 나름대로 의미 있는 학습을 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즉, ESP 수업에서는 아주 다양한 종류의 영어가 다양한 텍스트와 자료를 통해 학습될 수 있어야 한다.


ESP를 활용한 self-영어공부법!
(대학생용)
1. 대학에 다니고 있고, 학문적 관심이 있고, 꾸준히 고등교육을 받을 예정이라면 TOEFL을 공부하라.
2. 회사에 취업을 목적으로 한다면 TOEIC을 공부하라.
3. 자기 전공 분야와 관련된 전문 서적/비전문 서적을 영어로 읽어라.
4. 전공 분야 레포트를 쓰거나 발표를 할 때 최소한 하나 이상의 영어권 논문을 참고해라.
5. 자기 전공 분야와 관련된 영어권 영화, 드라마 등을 보아라. (예를 들어 의대생이라면 "그레이트 아나토미", 범죄심리학과라면 "CSI 시리즈" 등)

(중고등학생용)
1. 취미를 영어로 즐기거나 영어를 활용하는 취미를 하나 만들어라. (예를 들어 요리가 취미라면 영어로 된 레시피를 인터넷에서 다운받아 요리해보아라.)
2.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한다면 정말 좋아하는 팝송의 가사를 한번 공부해보라. 단, 꾸준히 할 것.
3. 자신의 관심과 흥미에 따라 영어 축구 프로그램, 영어 피아노 프로그램, 영어 연기 프로그램 등에 참여해보라.
4. 좋아하는 과목의 미국 교과서를 사서 읽어보자. (단, 자신의 학년보다 아래 수준의 교과서를 택할 것. 고등학생이라면 중학생 교과서를, 중학생이라면 초등학생 교과서를.)
5. 관심있는 분야의 자료를 영어로 읽어보라. (예를 들어 과학에 관심이 있으면 영어권 초중등생용 과학책을 읽어볼 수 있고, 전자기기에 관심이 있으면 애플, 노키아 등 외국 유명 전자기기 회사 사이트나 유명 영어권 쇼핑몰 사이트 등에서 각 회사 제품의 홍보 내용이나 사용자 리뷰 등을 읽어보자.)

(취학 전/초등학생용)
1. 아이가 호기심을 갖거나 흥미를 보이는 분야(공룡, 운동, 요리, 동물, 음식 등)에 대한 영어 지식을 아동용 영어사전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가르쳐주고, 그 분야에 대해 아이 수준에 맞는 영어책을 구비해서 자연스럽게 읽도록 하라. (예를 들어 아이가 한국어 책이든 영어 책이든 책을 읽다가 공룡에 대해 관심을 보이며 "엄마, 공룡에는 무슨 무슨 공룡이 있어?"라고 묻는다면 아동용 영어사전을 펼쳐 다양한 공룡의 이름을 영어로 함께 익힌다거나 조금 더 확장해서 공룡과 비슷한 동물들의 이름들을 영어로 익힐 수 있다. 단, 무리해서 하지 말 것.)
2. 아이가 좋아하는 활동을 영어를 (섞어) 쓰며 함께 하라. (예를 들어 아이와 샌드위치를 만들면서 "Bring me some bread.", "Put this on that."과 같이 짤막한 영어를 쓰거나, 그것이 어렵다면 "00아, bread 좀 가지고 와.", "00이 bread 위에 cucumber 올려 볼까?"와 같이 단어만 영어로 바꾸어 쓰는 것도 좋다. 단, 아이가 영어로 말하려 하지 않는데 억지로 시키지 말고 영어와 관련된 즐거운 추억을 만든다고 생각하라.)


덧글

  • 2011/08/06 03:30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전부 2011/08/06 09:57 #

    님의 댓글을 글감으로 쓴 것이니 글의 전개를 위해 일부 확대된 면도 당연히 있습니다.
    일단 발음 영역에만 한정해서 답글을 쓰겠습니다.
    물론 님의 원래 의도대로 지식인 계층의 발음을 포함한 다양한 발음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만 제가 그 글을 쓴 이유는 지식인 계층의 발음보다는 일반 대중들의 발음이 비원어민으로서는 더 알아듣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뉴스 앵커발음으로 대변될 수 있는 지식인 발음은 또박또박 읽히기 때문에 원어민에게는 오히려 쉽게 들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발음이 대중적이 될 수록 축약과 연음 현상이 생겨나기 때문에 비원어민들은 알아듣기가 힘듭니다.

    사실 지식인들도 모든 상황에서 또박또박 발음하는 앵커 발음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도 그렇게 기대되는 특정 상황에서 그렇지 일상 생활에서는 보다 편하게 발음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뭉개지는 정도는 좀 약하겠지요.

    이런 제 입장을 바탕으로 그 글을 쓴 것입니다.
  • 2011/08/06 17:18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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